"이즈모를 어떻게 알아요?"
히로시마 게스트 하우스에 체크인하면서 오너와 대화를 나누다가, 어제까지 이즈모에 있었다고 하니 오너가 눈이 휘둥그레지시면서 저렇게 물었습니다. 그도 그럴만한게, 실제로 가본 이즈모는 자그마한 시골 도시에 가까운 느낌이었고 선라이즈 이즈모가 아니었으면 이즈모라는 곳이 있는 줄도 몰랐을겁니다. 그러나 하루도 채 있지않았던 이즈모였지만 이즈모가 품고 있는 방대한 신비와 신화를 만나고 한번쯤은 들러봐서 좋았다고 느꼈습니다.
선라이즈 이즈모의 이즈모시 역 도착 시간은 대략 오전 10시경.
정보 획득을 위해 우선 관광안내소부터 갑니다. 생각보다 역이 굉장히 작은 편이어서 개찰구는 하나 뿐이었고, 관광안내소도 개찰구 바로 오른쪽에 있어서 어렵지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대충 검색해본바로는 이즈모 대사가 유명하고...였는데, 실질적으로 둘러볼 수 있는 곳이 이즈모 대사밖에 없었습니다. 선라이즈에서 잠을 설쳐서 이미 체력을 많이 깎아먹은 상태였는데, 대중교통은 배차간격이 커서 뚜벅이로는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있었습니다. 안내소에서 받은 지도를 참고해서 루트는 이즈모시 역 -> 이즈모대사 정류장 하차 -> 대사 앞 길거리 구경 -> 역사 박물관 구경 -> 이즈모 대사 구경 -> 히노미자키 신사에서 일몰 -> 숙소로 정했습니다. 시마네 와이너리도 유명한 곳이긴하지만, 개인적으로 술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루트도 애매해져서 과감하게 뺐습니다.
이즈모 대사에는 총 4개의 도리이가 있는데, 이 4개를 순서대로 돌아보는게 매너라고 합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두번째 도리이이기 때문에 첫번째 도리이를 보러 대사 앞 대로를 걸어내려갑니다. 첫번째 도리이~두번째 도리이 사이에는 기념품과 먹을거리를 파는 가게들이 늘어져있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골목을 느낄 수 있습니다.
평일이라서 전반적으로 사람이 많이 없어서 널널하게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소바는 아무곳이나 대충 들어가서 먹었는데, 당연히 맛있었습니다. 가게 주인 아저씨에게 '외국인이라서 먹는 법을 모르는데...'라고 하니 친절히 먹는 법을 설명해주신 아저씨. 간장을 위에서부터 부어먹는데, 조금씩 부어가면서 간을 맞추라고 하네요. 젤 위에 있는 소바를 다 먹고 남은 국물은 그 다음 소바 위에 붓고, 싱거우면 간장을 더 부어먹는 식으로 국물을 내려(?)먹습니다. 같이 나온 고명은 원하는대로 조금씩 같이 덜어먹으면 됩니다. 텐뿌라도 깔끔하고 맛있었습니다.
대로 끝에 있는 첫번째 도리이입니다. 아쉽게도 공사중이어서 이것보다 더 가까이서 찍지는 못했네요. 각각의 도리이는 서로 다른 재질로 만들어져있다고 하는데, 첫번째는 "돌의 도리이"라고 합니다. 실제로는 철근 콘크리트로 만들어져있다고 합니다.
밥도 먹고 첫번째 도리이도 찍었으니 이즈모 대사 들어갈까하다가, 바로 옆에 있는 박물관부터 먼저 가기로 했습니다. 정식 명칭은 시마네 현립 고대 이즈모 역사 박물관이네요. 나름 대학교 때 고고학 수업 좀 들어봤다고(물론 자느라 점수는 엉망이었지만) 생색 내려 허리 꼿꼿하게 세우고 한번 들어가봤습니다.
입장료 표시 안내문에 외국인 금액은 따로 있으니 카운터에서 말하라고 적혀있었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는 관광비자인 경우에만 할인을 해주는 경우가 많아서, 관광비자가 아닌데도 할인이 되냐고 물으니 국적을 알 수 있기만 하면 괜찮다네요. 저는 재류카드 보여주고 외국인 요금으로 입장했습니다.
음성안내도 무료라길래 냉큼 받아왔습니다. 저는 일본어로 받아왔지만 한국어, 영어, 중국어가 준비되어있었습니다. 외국인 요금을 내는 대신 저 핑크색 설문지(?)를 줬는데, 박물관 직원 분들은 저 핑크색 종이=외국인 표시로 보시더라구요. 넣을 곳이 없어서 손에 저렇게 들고 다니는데, 보시는 분마다 "일본어 괜찮으시냐"고 물어보시던...
4학년 때 나름 박물관학 수업도 들었었고 괜찮은 성적도 받았어서 그 때의 지식을 되살려 멋있는 후기를 써볼려고 했지만 졸업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수업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납니다. 애써서 몇 줄 감상을 적어보자면, 이즈모에서 출토된 유물의 양이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위에 있었던 이즈모 대사의 기둥이 박물관 입구에 가장 크게 전시되어있었는데, 그도 그럴만한게 각종 기록에는 남아있었지만 전설인줄만 알았던 건물의 흔적이 실제로 발굴이 되었고 기둥의 크기로 짐작하건데 완성된 건물의 크기도 엄청나게 컸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렇게 엄청난 건물이 실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가 어떻게 무슨 목적으로 지은건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어 의견이 분분한 모양입니다. 이 기둥뿐만 아니라 출토된 청동기 유물의 양도 어마어마하게 많았습니다. 박물관은 보여주고 싶은게 많아서 뭐부터 보여줘야할지 모르겠다~ 싶지않았으려나 싶을 정도로 아무튼 뭐가 많았습니다. 고고학과 역사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꼭 들려봐야하는 곳이 아닐까 싶네요.
이렇게 넓은 부지를 가지고 있는 박물관이 있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부럽지않을 수가 없습니다. 푸른 하늘과 널찍한 정원을 보며 한가하게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집니다. 시간만 조금 더 있었으면 저도 여기서 커피 한잔 하고 싶었네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즈모 대사로 발길을 돌립니다. 이즈모 대사에 대해서는 사진으로 글을 대체합니다.
원래는 여기서 히노미자키 신사를 갈 예정이었는데, 버스 시간과 일몰 시간이 안맞고 체력적으로도 슬 힘들어서 이나사의 해변만 가고 이즈모에서의 일정은 끝내기로 했습니다. 이나사의 해변에서 모래를 가지고 이즈모 대사로 가지고 가면 뭐랑 바꿔준대나 뭐래나...아무튼 영험한 모래(?)로 유명한 해변입니다.
숙박은 이즈모 시 역에서 도보로 3분(체감 1분;)거리에 있는 센츄리온 호텔에서 묵었습니다. 비교적 새 건물인데다가 조식도 맛있었고, 리셉션이 친절했던건 두말할 필요도 없어서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던 숙박이었습니다.
다음 일정은 히로시마에서 1박 2일. 이즈모에서 히로시마까지 가는 방법은 고속버스 밖에 없습니다. 약 3시간 30분 정도의 제법 긴 이동입니다. 10시 반 버스 타기 전에 역에 있는 카페에서 카페인부터 드링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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