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지만, 여러분은 침대열차라고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유튜브가 뜬금없이 보여줘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퇴사를 했고, 일본에 있을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일본이야 가까우니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오타쿠 이벤트 참전 때문에라도 1년에 한번은 가기 때문에 좀처럼 쉽게 갈 수 없는 곳으로 일본 국내여행을 가보고 싶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우선순위가 높았던 것이 바로 침대열차 타보기. 사실 이즈모에 가보고 싶다기 보다는 *침대열차*라는 강렬한 단어에 이끌려 가장 오래 탈 수 있는 도쿄~이즈모 노선을 타보기로 했습니다.
선라이즈 이즈모 개요
일본에 남은 마지막 침대열차라고 합니다. 가장 긴 구간인 도쿄 ~ 이즈모시의 경우, 탑승 시간만 약 12시간이 소요됩니다. 차량 내에 샤워실 및 라운지가 있으며, 객실도 호텔같이 급이 나누어져있습니다. 가격은 객실마다 다르지만 개인실의 경우 2만엔~3만엔대.
티켓 구입하기
선라이즈 이즈모의 티켓을 구입하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JR 웨스트의 e5439사이트에서 예약하는 방법과, JR토카이가 있는 역 창구에서 직접 발권하는 방법. 웹에서 예약하는 방법은 좌석 지정을 할 수가 없고, 어차피 발권도 역에 가서 해야하기 때문에 일본에서 살고 있다면 처음부터 창구에서 구매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이번 여행의 경우, 웹에서 좌석 지정을 할 수 없는 걸 모르는 상태로 예약 완료까지 갔다가, 예약이 완료되면 좌석이 자동으로 지정되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결국 창구까지 가서 재구매를 한 후 웹 예약분은 취소했습니다. 참고로 수도권에서는 JR토카이가 있는 역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반드시 알아보고 가야합니다. 저는 신요코하마 역이 가장 가까운 창구였기 때문에 신요코하마 역에서 발권.
12시간이나 타고 가야 하고, 무엇보다 2층짜리 기차인만큼 자리가 신경쓰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 기차의 주요 포인트는, 이름이 "선라이즈"인만큼 해가 뜨는 방향으로 탑승을 하면 일출을 볼 수 있다는 점인데요. 제가 예약했을 때는 이미 인기 좌석이 거의 다 선점된 상태여서, 1층에서 일출 보기 vs 2층에서 하늘보면서 가기 중에 선택을 해야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차피 자느라 일출은 못볼것같고, 하늘을 못보면 너무 답답할 것 같아서 일출을 포기하고 2층을 선택했습니다. 객실은 '솔로', 개별실 중에서는 가장 저렴한 방입니다. 돈을 좀 더내고 더 좋은 객실을 타보고 싶었는데 2층 중에 남은 객실이 솔로밖에 없었습니다. 일등석의 경우, 6실 밖에 없으니 일등석을 노리신다면 예약이 열리는 한달 전에 미리미리 알아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솔로보다는 좋은 객실을 타보고 싶었지만 출발까지 일주일도 채 안남았으니 자리가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해야할 판이었으니...여행 준비는 미리미리 합시다ㅠ
도쿄역에서 탑승
탑승 시간은 21시 50분, 제법 늦은 시간입니다. 조금 일찍 도쿄역에 가서 밤의 도쿄역도 찍고, 밥도 먹고 캐릭터 스트리트도 한바퀴 돌면서 탑승까지 기다립니다.
철덕이 아니라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선라이즈 이즈모는 신칸센 탑승구가 아니라 일반 선로 9번선에서 탑승했습니다. 신칸센 취급은 아닌걸까요? 하긴 빨리 가는 기차는 아니니까...?
인터넷에 보니 21시 30분에 선로에 들어오는걸 볼 수 있다고 그래서 시간 맞춰갔더니, 기차는 이미 들어와있었습니다. 21시 30분은 탑승 가능 시각이었습니다 ㅠ
객실 & 열차 내부 & 취침
솔로 객실은 어메니티가 준비되어있지는 않지만 베개, 이불, 잠옷은 있었습니다. 왼쪽에 보이는 버튼들은 알람 설정, 객실 내 조명 버튼입니다. 라디오 버튼도 있었는데 서비스 종료되었다고 동작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탑승하고나서 출발하기도 전에 승무원이 돌면서 티켓을 검사합니다. 탑승권은 개찰구 들어오면서 구멍 뚫리게 되고, 특급권은 승무원 분이 확인하고 도장을 찍어줍니다.
각 개인실에는 이렇게 잠금장치가 있습니다. 1회용(?) 잠금장치이기 때문에 방 나올 때마다 비밀번호를 설정해서 잠궈야합니다.
2층은 만실이었지만 1층은 많이 비어있었습니다. 바로 밑 칸에 사람이 없는걸보고 좀 더 안심하고 편히 뒤척거릴 수 있었네요. 한편 타고나서 깨달았는데, 일출을 볼 수 있는 방향이었습니다! 분명히 좌석표보고 반대쪽으로 표시되어있어서 실망했는데, 남쪽 객실이었습니다.
이불 세팅
차량 한바퀴 둘러서 구경하고 짐정리하고 옷갈아입고 오니 벌써 11시반. 탑승한지 1시간 반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12시간동안 심심해서 뭘하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엄청 빨리 지나가네요. 사실 밤하늘 보면서 별 보며 잠에 드는게 로망이었는데, 구름이 많이 껴서 별은 커녕 달도 안보였습니다. 보름달이었는데...
아쉽긴하지만 피곤하기도 하고 기왕 남쪽 객실에 탄 거 일출도 보고 싶었기 때문에 일찍 자기로 했습니다...만, 두시간에 한번씩 깬 것 같습니다. 가로등인지 뭔지 창문 가림막을 내려도 빛이 번쩍거리는데 눈을 감고 있어도 빛이 느껴질 정도라 난생 처음으로 안대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흔들림도 심해서 1호선을 누워서 가도 이것보단 덜 흔들리지 않았을까 싶네요. 2층이어서 더 많이 흔들린건지 아니면 원래 이렇게 많이 흔들리는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단순히 덜컹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열차 자체가 좌우로 기울어지는게 느껴질 정도였고 거기에 더해 침대까지 좁아서 몸이 정말로 침대 밑으로 떨어질 것 같은 느낌에 놀래서 눈을 뜨게 되니 피로도가 장난아니네요. 이 날 일출 시간이 5시 10분 전후였는데, 결국 제대로 잠에 들지 못하고 5시에 강제 기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소음은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일어났습니다. 일어났는데....비가 오네요? '선라이즈'라는 이름값 하려고 졸린눈 비비며 일어났는데...해가 하나도 안보이네요? 내...로망은 어디로? 내 2만엔은 어디로...? 별도 못보고 해도 못보는 어떻게 이런 상황이...?

다행스럽게도 비는 얼마안가서 그쳐서 유사 일출(?) 사진이라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아쉽긴 했지만 로망은 없으면 또 만들면 되는거니까요. 날이 밝아져서 작게 스피커로 음악 틀어놓고 미리 사온 아침을 먹습니다.
생각보다 12시간이 금방 갔습니다. 여러모로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살면서 한번쯤은 타봐서 나쁘지 않은 체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티켓 구입부터도 쉽지않아 외국인에게는 난이도 높은 코스여서 더더욱 일본에 살 때 타보고 싶었고, 타고 나서 후회도 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상 선라이즈 이즈모 탑승기였습니다( ✌︎'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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